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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희

대수술을 극복하고 17년 만에 이룬'보육교사'의꿈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는 나에게 우상이자 롤모델이었습니다. 유치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셨던 어머니는 아이들을 ‘보물’이라고 말씀하시며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고, 항상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생활하는 ‘멋진 여성’이기도 했어요. 그런 어머니 곁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줄곧 장래희망 난에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적어 냈지요.

대학입시에서도 당연히 유아교육과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간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성적에 맞춰 전혀 엉뚱한 세무회계과에 진학은 했지만... 너무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결국 자퇴를 해 버렸고, 저의 오랜 꿈도 허공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학을 가야만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제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어진 저는 그저 세월 가는 대로 시간을 허비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했고, 초등학교 급식소에 조리사로 취직해서 산더미 같은 음식 재료들과 씨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가슴 한 켠에 묻어버린 ‘꿈’을 다시 일깨워준 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30대 후반에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학과 아동학을 공부하던 올케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누구나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고, 보육교사가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죠!

대학을 가지 않아도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니! 더구나 전문대 중퇴 이전에 들었던 수업까지 인정이 되다니!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 같은 사람을 위한 기회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했습니다. 올케 언니에게 ‘에듀윌 원격평생교육원’을 추천 받아 그 길로 당장 학습설계를 받고 수강신청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손을 놓은 지 10여 년, 다시 책을 보자니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조리사로 근무하며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다 보면 저녁엔 녹초가 되어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이제 겨우 7살, 5살이 된 아이들... 이 아이들을 재우고 난 다음에야 공부를 할 수가 있었어요.

깊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아 쏟아지는 잠을 쫓아가며 더듬더듬 공부를 했습니다. 낮에 시금치며 당근을 다듬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했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재미에 참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겨우겨우 80점대에 머물던 성적도 점점 좋아져 95점, 96점까지 올라갔어요. 얼마나 신이 났던지!

그렇게 이제 좀 공부가 된다 싶었는데,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일과 공부, 육아를 병행하다보니 몸에 무리가 왔는지 손발이 저리고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점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결국 동네 병원을 찾아 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어두운 얼굴로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하시더군요.

가슴을 졸이며 찾아간 대학병원에서 선천성 질환으로 인한 목뼈 이탈로 ‘경추 1,2번 고정술’이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청천병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목뼈 1,2번이 끝만 겨우 붙어 있는 상태라며 지금 바로 철심 4개를 박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전신마비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는데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어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의사 선생님이 통증이 심했을 텐데 어떻게 버텼냐고 하시는데 그만 울고 말았습니다.

곧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고, 회복을 하자니 직장도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전신마비 는 겨우 면했지만, 수술 후 한 달 넘게 병실에 누워 있자니 매일 밤 찾아오는 통증보다 당장 생계 문제가 더 걱정이 되더라구요. 아이는 아직 어리고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직장도 잃고... 앞이 막막했습니다.

그때 문득, 내가 아동˙가족전문학사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진단 받고 수술 받고, 통증을 견디며 회복하느라 잊고 있었는데... 그제야 나에게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정말 기뻤습니다. 그래, 어렵게 공부한 보람이 있구나 싶어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퇴원 날짜에 맞춰 바로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실습과목을 하겠다구요.

실습 일정이 잡히고 나서는 실습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수강기간이 남은 과목의 과제와 기말고사 공부도 미리미리 다 해두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실습 첫날의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술 후유증으로 고개도 제대로 돌릴 수 없었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있었지만 웬 일인지 실습하는 동안은 힘든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했습니다. 정말 보육교사가 내 천직이구나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꿈꾸어 오던 보육교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또 하나 참 행복했던 일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다는 사실입니다. 실습을 나간 동안 내가 근무하는 유치원으로 아이들이 매일 찾아왔었는데 ‘우리 엄마가 선생님이야’ 하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2013년 11월에 행복한 보육교사 실습을 마치고 이제 곧 학위와 자격증을 받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뜨겁습니다. 이제 오는 3월이면 그렇게도 꿈이 그리던 ‘보육교사’가 되어 제가 실습을 했던 어린이집으로 출근을 합니다. 실습 내내 저를 예뻐해 주셨던 원장님이 미리 전화를 주셔서 꼭 출근을 해달라고 하셨는데, 실습을 마칠 때 아이들이 저를 바라보던 그 눈빛들이 기억나서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거든요.

17년 넘게 가슴 속에만 접어두었던 꿈이 학점은행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고, 옆에서 묵묵히 도와준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학점은행제와 보육교사 자격증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건강도 잃고 직장도 잃은 채 아무런 희망도 없이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겠지요. 저처럼 아이 둘 딸린 아줌마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좋은 제도를 만들어주신 분들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이끌어주신 에듀윌 원격평생교육원 관계자 분들께 정말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의 큰 시련을 극복하고 나니 저는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열심히 보육교사로 생활하면서 나중에는 아담한 어린이집을 하나 꾸려보고 싶다는 꿈 말이지요. 아이들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었고, 앞으로 이루어야 할 더 큰 꿈이 생긴 지금, 저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입니다.